한 항공사 실적을 다룬 기사에 두 숫자가 나란히 적혀 있었어요.
EBITDA 1조8204억원, 그리고 당기순손실 5664억원.
같은 회사, 같은 기간입니다.
앞 숫자와 뒤 숫자 사이에서 2조원 넘는 돈이 어디론가 빠져나간 셈인데, EBITDA가 ‘번 돈’이 아니라 ‘아직 빼지 않은 게 남은 돈’이라서 이런 일이 생겨요.

그 숫자, 어디까지 뺀 걸까요
배달 오토바이로 하루 15만원을 벌었다고 해볼게요.
기름값 2만원을 빼면 13만원이 남죠.
딱 여기까지가 EBITDA예요.
할부 이자도, 언젠가 오토바이를 새로 사야 하는 값도 아직 안 뺀 상태입니다.

궤짝 위에 세어둔 현금은 기름값 하나만 빼고 남은 하루치예요. 옆에 넘칠 듯 꽂힌 청구서와 저 끝에 덮개를 씌운 채 서 있는 새 오토바이는 아직 이 돈에서 한 푼도 안 빠져나간 몫이고요. EBITDA가 커 보이는 이유는 이 둘을 지나기 전에 센 숫자이기 때문이에요.
EBITDA는 영어 약자인데, 우리말 기사에서는 상각전영업이익이라고도 써요.
영업으로 번 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도로 더해 놓은 숫자예요.
감가상각비는 비행기나 기계를 사는 데 쓴 큰돈을 몇 년에 걸쳐 나눠 적는 비용이라, 올해 통장에서 실제로 빠져나가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도로 더해줍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EBITDA는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소개되고, 설비 부담이 큰 업종에서는 순이익보다 이쪽이 더 쓸모 있다는 설명도 함께 붙어요.
그래서 EBITDA는 회사가 번 돈이 아니라, 아직 빼지 않은 것들의 목록이 붙어 다니는 숫자예요.
그럼 안 뺀 게 대체 얼마나 되느냐, 이게 다음 질문이죠.
흑자처럼 보이던 회사가 왜 순손실로 끝날까요
짐작할 필요는 없어요.
크기가 공시 숫자로 적혀 있거든요.
대한항공을 다룬 한 기사에 따르면 EBITDA는 2조1943억원에서 1조8204억원으로 17% 줄었고, 같은 흐름 속에서 당기순손실 5664억원을 기록했어요.
다만 이 두 숫자가 어느 분기·어느 해 기준인지는 기사에 함께 적혀 있지 않아서, 여기서는 ‘직전 기간과 견줘서’까지만 읽어주세요.
한 회사 안에 있는 두 숫자를 그대로 빼보면
EBITDA 1조8204억원
당기순손실 -5664억원
→ 그 사이에서 빠진 금액 2조3868억원
사이에서 빠진 돈이 EBITDA 본체보다 큽니다. 기름값만 뺐을 때 13만원이 남았는데, 이자와 오토바이 값까지 다 빼고 나니 마이너스가 된 셈이에요.
조 단위는 손에 안 잡히니까 매출 1만원어치로 바꿔볼게요.
같은 기사에 EBITDA 마진은 17.3%에서 13.1%로, 영업이익률은 6.3%에서 2.2%로 내려갔다고 적혀 있어요.
매출 1만원어치를 팔았을 때 EBITDA로는 1,310원이 남지만, 감가상각까지 빼고 난 영업이익은 220원이에요. 그 사이에서 1,090원이 사라진 거죠.
이 간극의 크기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그럼 어디서 특히 크게 벌어질까요.
싸 보이는 가격표가 왜 어떤 회사에선 함정일까요
회사를 통째로 사는 값이 EBITDA의 몇 배인지 재는 게 EV/EBITDA 배수예요.
PER, PBR과 함께 기업 가치를 재는 대표 잣대로 묶여서 소개되곤 하죠.
배수가 낮으면 같은 벌이에 값이 싸다는 뜻으로 읽히기 쉬워요.
한 증권 분석 글에 실린 2026년 예상치를 보면 아이맥스는 14.5배, CJ CGV는 7.6배로 적혀 있어요.
둘 다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를 내다본 추정치입니다.
숫자만 보면 한쪽이 절반 값처럼 보이는데,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해요.
오토바이는 몇 년 타다 한 번 바꾸면 되지만, 비행기와 상영관과 데이터센터로 돈을 버는 회사는 그 ‘새로 사는 값’이 해마다 나가요.
게다가 EBITDA는 장부 위에서 더하고 뺀 값이라, 통장에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도 아니고요.
같은 자료에서도 EV/EBITDA가 낮아 보여도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실제 손에 남는 현금이 약하면 매력은 낮을 수 있다고 짚어요.
배수가 낮다는 건 싸다는 뜻이 아니라, 번 돈을 곧바로 다시 묻어야 하는 회사인지부터 확인하라는 표시에 가까워요.
그래서 배수 옆에 붙는 숫자들을 같이 봐요.
같은 글은 CJ CGV의 순차입금(빌린 돈에서 보유 현금을 뺀 나머지)을 2025년 1조7420억원에서 2026년 1조8801억원으로 추정하고, 이자보상배율은 0.7배로 적었어요.
이자보상배율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몇 번 낼 수 있는지를 재는 값이에요.
0.7배면 한 번 낼 만큼도 채우지 못한다는 뜻이죠.
자유현금흐름(설비에 다시 넣을 돈까지 빼고 손에 남는 현금)이나 설비 유지에 들어가는 돈을 함께 보면 EBITDA가 현금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이 자료는 권합니다.

앞에 ‘조정’이 붙은 EBITDA는 누가 손댄 숫자인가요
여기서 축이 한 번 뒤집혀요.
지금까지가 ‘회사가 무엇을 안 뺐나’였다면, 이제는 ‘회사가 무엇을 더 걷어냈나’입니다.
조정 EBITDA는 회계 규칙이 정해준 값이 아니라, 이번에만 생긴 일이라고 회사가 판단한 항목을 걷어내고 다시 센 숫자예요.
롯데EM의 에코월 인수는 EV/EBITDA 약 9배로 알려졌는데, 일회성 요인을 뺀 조정 EBITDA 기준으로는 약 7배 중반이라고 전해집니다.
같은 회사 같은 거래인데도 ‘조정’을 거치면 가격표의 배수가 9배에서 7배 중반으로 내려가요.
- 야놀자 컨슈머 플랫폼 부문의 조정 EBITDA는 884억원에서 491억원으로 줄었어요. 393억원, 비율로는 44%쯤 빠진 셈인데 서비스 고도화와 마케팅에 넣은 비용이 요인으로 제시됩니다.
- 엔스케일은 확보한 계약을 근거로 연 약 181억달러(약 24조원)의 매출과 약 136억달러(약 18조원)의 조정 EBITDA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어요. 매출 100원당 75원이 남는다는 계산인데, 이미 번 돈이 아니라 회사가 앞으로를 재본 값입니다.
- 파파존스의 조정 EBITDA 전망은 2억~2억1000만달러에서 1억8000만~1억9000만달러로 내려갔어요. 위쪽 끝만 놓고 보면 10%쯤 낮춰 잡은 거죠.
세 자리 모두 기사에서는 비슷한 모양으로 실려요.
이미 벌어들인 숫자와 앞으로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숫자가 같은 이름을 달고 나란히 놓입니다.
그래서 EBITDA를 만났을 때 앞에 ‘조정’이나 ‘추산’이 붙었는지부터 보는 게 순서예요.
마진이 올랐다는 뉴스,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여기까지 왔으면 다음 실적 기사에서 마주칠 문장은 대개 이거예요.
“EBITDA 마진이 개선됐다.”
대한전선을 다룬 자료를 보면 상각전영업이익률은 4.4%에서 6.3%로 올랐어요.
그런데 같은 자료에 차입금의존도가 17.1%에서 29.6%로 확대됐고,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7621억원으로 집계됐다는 대목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차입금의존도는 회사가 굴리는 자산 가운데 빌린 돈이 차지하는 몫이에요.
자산 100원당 17원이던 빚이 30원 가까이로 올라왔다는 얘기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경우도 있어요.
BS한양은 EBITDA를 금융비용으로 나눈 배율이 2024년 0.8배, 지난해 2.5배, 올해 상반기 4.4배로 올라섰습니다.
이 ‘지난해’와 ‘올해’는 기사가 쓰인 시점 기준이에요.
한국기업평가 박찬보 선임연구원은 김포풍무 등 채산성(들인 돈에 견줘 남는 게 얼마나 되는지)이 양호한 자체사업의 이익 기여가 늘면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고 봤어요.
갈리는 건 마진이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그 EBITDA로 이자를 몇 번 낼 수 있느냐예요.

이 숫자가 크다는 말은 아직 아무 말도 아니에요
EBITDA는 원래 답답함에서 나온 숫자예요.
비행기나 상영관처럼 큰 설비를 굴리는 회사는 감가상각비 때문에 순이익이 눌려서, 실제로 벌어들이는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안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걸 도로 더해놓고 보자는 겁니다.
그러니 이 숫자로 돈이 실제로 움직여요.
회사가 팔릴 때 가격표가 EBITDA에 배수를 곱해 매겨지고, 어느 쪽 EBITDA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거래가 9배가 되기도 7배 중반이 되기도 하니까요.
다만 무엇을 일회성으로 보고 걷어낼지 정해준 공통 규칙은 자료 어디에도 없어요.
그래서 같은 거래에 두 개의 배수가 나란히 돌아다니는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BITDA가 크다는 말은 그 아래에서 무엇이 빠질지 아직 안 말한 상태라는 뜻이에요. 기름값만 뺀 하루 벌이 13만원처럼요.
이 숫자가 여러분 통장에 직접 닿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적 기사나 인수 소식에서 EBITDA를 만났을 때, 앞에 ‘조정’이 붙었는지 · 그 아래 감가상각과 이자가 얼마나 남았는지 · 그 돈으로 이자를 몇 번 낼 수 있는지, 이 셋을 순서대로 보는 것까지가 기사가 대신 해주지 않는 일입니다.
판단은 그 다음이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EBITDA가 크면 좋은 건가요?
A. 크다는 것만으로는 판단이 안 돼요.
이자·세금·감가상각을 빼기 전 숫자여서, 그 아래에서 얼마가 더 빠질지는 따로 봐야 하거든요.
실제로 EBITDA 1조8204억원을 적으면서 같은 흐름에서 당기순손실 5664억원을 기록한 사례도 있어요.
Q. EBITDA랑 영업이익, 뭐가 달라요?
A. 영업이익은 감가상각비를 뺀 뒤의 값이고, EBITDA는 그걸 도로 더해 놓은 값이에요.
한 항공사의 경우 매출 1만원당 EBITDA는 1,310원, 영업이익은 220원이었어요(EBITDA 마진 13.1%, 영업이익률 2.2% 기준).
그 차이가 장부에서만 빠진 비용의 크기예요.
Q. 조정 EBITDA는 왜 따로 있나요?
A. 회사가 이번에만 생긴 일이라고 본 항목을 걷어내고 다시 센 숫자예요.
회계 기준이 정해준 값이 아니라서 같은 거래에 두 값이 같이 돌아다닐 수 있어요.
한 인수 건은 알려진 EV/EBITDA가 약 9배인데 조정 기준으로는 약 7배 중반이었어요.
Q. EV/EBITDA 몇 배면 싼 건가요?
A. 몇 배부터 싸다는 기준선을 정해준 숫자는 없어요.
한 자료의 2026년 예상치를 보면 같은 극장업 안에서도 14.5배와 7.6배로 갈려요.
매년 설비에 다시 돈을 넣어야 하는 회사면 배수가 낮아도 그게 싸다는 뜻이 아니라고 이 자료는 짚습니다.
Q. EBITDA 말고 뭘 같이 봐야 하나요?
A. 자유현금흐름이나 설비 유지에 들어가는 돈을 함께 보면 EBITDA가 실제 현금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그 EBITDA로 이자를 몇 번 낼 수 있는지도요.
0.8배에서 4.4배로 올라간 회사가 있는가 하면, 0.7배로 적힌 곳도 있어요.
Q. EBITDA 마진이 올랐다는 기사, 좋은 소식 아닌가요?
A. 그 자체로는 판단이 안 돼요.
마진이 4.4%에서 6.3%로 오르는 동안 차입금의존도가 17.1%에서 29.6%로 함께 오른 사례가 있거든요.
마진 옆에 빚과 이자 얘기가 같이 적혀 있는지 보시면 돼요.
참고한 글
-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609040111
- https://blog.naver.com/sinyboy/224403400625
- https://blog.naver.com/mnf_institute/224403495562
- https://blog.naver.com/mnf_institute/224403489919
- https://www.fnnews.com/news/202609070847093034
-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609031417060560104662
-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7619?ref=naver
- https://www.newswhoplus.com/news/articleView.html?idxno=68949
-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72757
- https://zdnet.co.kr/view/?no=20260905084246
-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72822
태그
발행 화면의 태그 칸에 넣으세요.
`EBITDA, EBITDA뜻, 상각전영업이익, EVEBITDA, 조정EBITDA, EBITDA마진, 감가상각비, 이자보상배율, 차입금의존도, 순차입금, 기업가치평가, 재무제표보는법`
특정 상품이나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제도와 수치는 시점에 따라 바뀌고 개인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실제 판단 전에 최신 공고와 본인 조건을 함께 확인하세요.